어학 칼럼/어학 관련글

집중하지 않고 들어도 영어가 느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에 대한 부연글

computer97 2011. 12. 19. 22:16

제가 바로 밑에 쓴 상기제목의 글 ( http://blog.daum.net/languagemastery/8038383 )에 대해서 백신영어카페의 Polyglot님께서 흥미로운 부가설명( http://cafe.vaccineenglish.com/71293 ) 을 달아주셔서 이를 퍼옵니다.

 

아 자리를 빌어 polyglot님과 이러한 장을 마련해준 백신카페의 카페지기 고수민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Polyglot

두어 달 전에 읽었던 책에도 멀티태스킹에 대한 언급된 내용이 좀 있었는데요, 약간 인용하면 미시건 주립대의 'Brain, Cognition and Action Laboratory'의 소장 David E. Meyer는 'Multitasking is a myth.'라고 했고, 스탠포드대 'Communication between Humans and Interactive Media Lab'에서도 2009년 8월 <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실험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 내용은 자칭 멀티태스킹 습관의 정도가 심하다는 대학생 집단과 그렇지 않은 대학생 집단을 놓고 다양한 임무(작업)를 주었을 때 실제로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한 건 후자였다는 것입니다. 자칭 멀티태스킹에 능하다는 사람들은 작업 간의 전환이 느리고 일처리 방식이 산만하고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집중을 잘 못하므로). 요즘 세대 (흔히 Generation M, 또는 Digital Natives라고도 하죠)는 태어날 때부터 각종 컴퓨터통신 방식의 미디어 기기에 익숙한데, 사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기성세대보다 인터넷이며 컴퓨터 작업 능률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달고 살기 때문에 접속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익숙할 뿐이죠.

 

멀티태스킹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은 전전두엽에 포함되어 있는 '브로드만 10번 영역(Broadmann Area 10)'인데 이 영역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야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사춘기 무렵 발달하기 시작해서 짧은 기간 발달하다가 곧 퇴화해버리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제 추측이지만) 단순 암기가 아닌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하는 working memory와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논리 및 사유 능력이 생기려면 사춘기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사고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이 성인들보다 멀티태스킹에 강하다는 건 근거 없는 속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멀티태스킹을 잘하려면 각 작업의 특성과 작업 상호간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이들의 처리 순서나 방법 등을 제대로 잡을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경험과 기술이 풍부하여야 작업 효율도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달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특정 업무를 반복적으로 체험하고 체화하는 과정에서 작업효율을 끊임 없이 개선하여 속도를 높이는 것도 멀티태스킹의 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병렬 프로세싱이 아닌 이상, 즉 프로세서는 하나인데 작업의 건 수가 여럿이라면 엄밀히 말해 멀티태스킹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처리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동시에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연산은 각 작업 대상 간을 왔다갔다하며 (무수한 interruption을 통해) 일어나는 것에 불과합니다. 네트워크 서버의 작동 방식이 그 전형적인 예인데, 한 서버에 접속된 클라이언트가 여럿일 경우 엄청난 처리 속도를 구비한 서버는 각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작업에 대해 시간을 분할하여 할애하죠. 각각의 클라인트가 요구하는 작업을 너무나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때문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클라이언트의 수가 너무 많거나 작업량이 많아지만 서버에 부하가 걸려 결국 다운이 됩니다. time slice를 할당 받지 못하거나 혹은 그 짧은 시간 안에 원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DDoS는 이를 악용하여 최근 자주 발생하는 크래킹 사례의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의 머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멀티태스킹이란 인간의 뇌에선 이루어질 수 없다고 봅니다. (컴퓨터야 프로세서를 더 추가하면 가능하겠지만요.)

 

해마가 우리의 정신에 작용하는 원리는 위가 우리의 신체에 작용하는 원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생리라고 생각합니다. 위는 입과 식도로부터 음식물을 받아서 이를 우리의 몸이 필요로하는 양분으로 분해하여 혈액을 통해 각 신체 기관으로 운반하고 나머지 필요 없는 부분은 창자를 통해 밖으로 배설해 버립니다. 해마 역시 기억에 필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정리하여 분리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겠죠.

기억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는 위에 말씀하신 대로 정보의 입력 시 뇌에 가해지는 자극의 강도와 그러한 자극이 일어나는 빈도 수에 큰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같은 내용의 문장을 아무런 느낌 없이 수십 번 수백 번 되뇌어봐야 정신 차리고 서너 번 읽고, 또 그런 방식으로 다음 문장을 읽고 한 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다시 또 집중하여 반복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단어를 외우는데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이용한 Spaced Repetition이 효율적인 것도, 회화를 하기 위해 작문과 같은 능동적인 사고연습이 필요한 것도 이런 활동들이 뇌에 깊이 있고 제대로 된 체화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해당 학습 언어에 몰입한 상태로 그 언어의 내용을 제대로 음미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체화는 일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수없이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듣고 읽는 연습도 병행하는 것이 좋고, 소리 내어 읽는 연습만 수없이 반복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글로 써보거나 말로 표현해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입력(input)위주의 학습 방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출력 역시 신경써 주지 않으면 효과적인 학습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두 영역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어의 언어 신경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한데,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학습 (즉 입력 정보의 논리적인 저장)을 위한 체계가 안정적으로 습관화되어 있고, 새로운 언어 정보가 입력될 때 이와 이미 저장된 정보 간의 연관성을 잘 파악합니다. 따라서 입력된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과 논리적으로도 강한 결합력을 갖는 위치에 저장되고 따라서 장기 기억으로 저장될 확률이 높습니다. 쉬운말로 하자면 '호기심' 또는 '중력'이 더 강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