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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외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의 상대적인 난이도...

computer97 2008. 12. 13. 11:51

이쯤에서 언어학전공자이기도 하면서 위의 3외국어를 각각 수천시간 공부한 경험이 있는 제가 정리해 드리지요. 일단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것임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구요, 단지 3개 외국어의 상대적인 난이도를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언어학에서 언어자체의 절대적인 난이도를 보통 Syntax(구문론) 관점에서 봅니다만 (어느정도 분석이 가능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 이 경우, 쉬운 난이도순으로 중국어>영어>일본어입니다. 사실 한국어/일본어는 전세계 언어중에서도 비교적 복잡한 문장구조를 취하는 언어입니다. (영어는 기본5문형이라면 일본어는 기본문형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구, 중국어는 문형이 간단해서 기본문형분류가 필요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외국어를 배울 때 저렇게 느끼지 않을까요? 그건 난이도를 분류할때

언어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또다른 요소들이 있는데 대표적인게 바로 의미론과 발음(청취)파트입니다.

 

우선 semantics(의미론)을 설명드리자면, 생각하는 의미체계(문장으로 확대하면 사고방식)가 엄청 다릅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의 양극적인 차이가 언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미국국무성에서 외국어를 학습난이도별로 분류하였을 때 일본어를 최고로 어려운 언어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외국어에 능숙하려면 그 외국어사용자의 사고방식도 체득해야하는데 이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달라서 문제인 겁니다. 저희가 모국어를배울때는 백지상태에서 깨끗하게 모든 것을 배울수 있지만 제2외국어를 배울때는 무의식중에 기존의 모국어의 언어체계를 무리하게 준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새로 배우는 언어가 모국어랑 비슷하면 쉽게 적응을 하는 반면, 모국어랑 다르면 다를수록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럼 왜 영어는 더 쉽게 느껴지고 일어는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런 분들 분명히 많습니다. 일단 영어는 중학교때부터 배워서 많이 익숙해집니다. 문제는 영어도 어느정도 하는 상태에서 일본어를 배우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일본어를 배우는 시기가 늦어져서 머리가 좀 들 돌아가는 이유도 있지만 한가지 더 재미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어를 배울때는 모국어의 간섭을 받지만, 일어를 배울때는 기존의 확립된 모국어에다가 실은 영어의 간섭까지 받습니다. 즉 나중에 배우는 외국어일수록 자연히 배우기 힘들어집니다. (모국어랑 외국어는 각기 다른 뇌의 영역를 사용하지만 외국어끼리는 옹기종기 하나의 영역을 나눠먹습니다. 무의식의 세계에선 치열한 다툼이 있는거죠ㅋㅋ)  

 

이제 발음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발음(청취)의 경우에는 지극히 주관적(우리의 시각과 청각은 눈과 귀에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보고 듣는 겁니다)이고 동일한 음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달리 들리므로 청취난이도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만 이런 경우 단연 중국어가 최고로 어렵습니다. 중국어는 원래 성조가 대단히 복잡했는데 현재는 4성까지 단순화되었습니다(옛 중국의 성조가 비교적 잘 보존된 광둥어가 9성입니다). 외국어가 잘 안들리는 이유는 실은 주파수차이 때문입니다. 우리의 청각시스템은 용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청각은 모든 주파수를 다 잡을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만 그 주파수를 매번 다 처리하는 것은 청각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어렸을 때 평소에 가장 많이 듣는 주파수에 특히 민감하도록 구성됩니다. 근데 어렸을 때 별로 들어보지 못한 주파수(외국어)를 들으면 해당 주파수처리가 서툴기 때문에 뇌에서 가장 인접한 주파수에 맞추는 작업을 거치므로 실제음과는 좀 동떨어진 음으로 인식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들어보지 못한 주파수가 자꾸 들리면, 청각시스템에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그 주파수에 민감해지게 됩니다. 즉 외국어는 우리언어랑 다른 주파수의 발음을 하는데, 처음 들을때랑 나중에 청취력이 좋아졌을 때 듣는 발음이 실은 엄연히 다릅니다! (인간의 귀에 특별히 민감한 주파수만을 이용하여 용량을 대폭 줄인게 바로 MP3죠^^ 보청기같은것도 모든 소리를 다 확대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음성주파수대를 특정확대하는 기능이 있답니다)

 

결론은

-영어: 구문론적으론 쉬우나 의미론적으론 매우 어렵고, 청취난이도는 중간정도

-일어: 구문론적으론 어려우나 이부분은 우리언어랑 흡사해서 중간난이도라 할수 있고 의미론적으도 당연 쉽고, 청취난이도 쉬움 (동음이의어를 예로 들며 어렵다 하시는데 일단 발음주파수대가 중국어/영어에 비해 가깝고 동음이의어는 상대적으로 중국어가 더 심함)

-중국어 : 구문론적으로 매우 쉽고 의미론적으론 중간이나 청취난이도는 상당히 어려움

 

이렇게 됩니다. 즉 3가지 언어가 각기 난이도를 세부로 쪼갰을 때 완전히 별개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개인별로 느끼는 난이도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겠죠^^ 제 주관적인 느낌을 부연하자면 종합적인 난이도에선 중국어구요 영어랑 일본어는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청취파트가 원래 약해서 중국의 성조적응에도 어려웠구요, 일본어에 한자많다고들 하시는데 중국어는 죄다 한자입니다-.-;(하다못해 시험볼때도 HSK는 주관식문제가 있어서 한자를 써야함-.-;) 어렵든 쉽든 자기가 좋아하는 외국어공부하는게 최고죠..

 

주말에 시간 많다보니 이런 글도 써보는군요(화제가 된김에 제 어학블로그에도 올릴만한 주제라서 이왕 쓸꺼 자세히 썼음)

 

 

 

 

출처 : JPT 일본어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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