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촌평/다국어 토막글

[한중일 비교_No8] 드라마에 등장하는 팽형

computer97 2024. 3. 28. 11:40

 

고사성어 '토사구팽'에도 나오는 '팽'을 의미하는 팽형(솥등에 물을 끓여서 사람을 공개적으로 삶아 죽이는 형벌)이란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된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여러번 행했던 사형방법입니다. 팽형을 드라마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데 최근 잇따라 본 김에 끄적여 봅니다.

 

팽형은 꽤나 번거로운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시행하는 이유는

첫째 죄수에게 최대한 많은 고통을 주는 것이고 (화형보다 더 아프다는 이야기가 있음..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

둘째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삼기에 좋다는 겁니다.

 

이 사형법은 잔인하기 짝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생명경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봅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의 생명경시는 우리나라랑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때만 해도 사형을 왕만이 결정할수 있었을 정도로 사형에 대해서 극도로 신중한데다가 대역죄도 대개 3족까지 멸하는 것이었지만 중국은 그보다 범위가 훨씬 컸으며 청의 영락제는 자신을 멸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신하를 10족까지 멸했지요.

 

일본의 중세시대 생명경시 수준은 지금 훌루를 통해 방송중인 '쇼군'이나 넷플 에니 '푸른 눈의 사무라이'를 보면 어느정도 짐작할수 있지만 일본의 역사를 바꿔버린 유명한 사례를 언급하지요.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슬하에 자식이 없자 '히데츠구'를 양자로 삼았는데, 히데요시가 무려 60세가 다되어 친아들을 낳자, 친아들의 쇼군자리 계승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여, 히데츠구를 참수시키면서, 처자식들 등까지 무려 40여명을 함께 참수시킵니다. 원래 히데츠쿠가 쇼군이 될거라고 여겨서 여러 다이묘가 자신의 딸을 시집보냈는데(왕권이 비교적 약했던 고려의 왕건처럼 당시의 일본은 쇼군이 여러 다이묘와 혼인으로 인척관계를 맺는게 일반적), 이런 일이 발생하자 많은 다이묘들이 히데요시에게 등을 돌렸고 결국 이들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토쿠가와 이예야스의 편에 서면서 쇼군가문이 바뀌게 되지요.

 

아래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일드 '쇼군'의 한장면입니다. 역시 자본이 투자되면 일본도 대작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 남자주인공은 실제로 일본 최초의 백인사무라이가 된 실존인물입니다.

 

쇼군 첫화에서 표류한 서양인중 한명을 팽형시키는 장면

(이 드라마 고증의 아쉬운 점은 모든 서양인이 영어를 쓴다는 거. 포르투갈/에스파니아(지금의 스페인)의 사람들까지도ㅋ)

 
출처: 두보쿠

중드 삼체가 30부작인데 미드 삼체는 이를 8부작으로 압축하면서 많은 각색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미드 삼체에서 팽형을 하는 장면입니다.

출처: 넷플릭스

 

중드에서는 팽형이 나올수가 없는게, 중드 자체가 15세미만용으로 제작됩니다... 근데 뜻밖에도 중드 삼체에서도 팽형장면이 그대로 나옵니다. 다만 이부분은 실사버전이 아니라 에니처럼 처리된 부분이라서 가능했습니다. 더군다나 물도 아니고 기름이네요(실제로 물만 썼던 일본과는 달리 중국에선 기름도 썼음.. 옛날엔 기름값도 비싼데 지랄도 풍년)

 
출처 : 두보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