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잡설/드라마 감상

[수다] 중드 재폭설시분 남주(오뢰)의 별명이 顿挫(둔추어)인 이유...

computer97 2024. 2. 3. 08:25

일단 배경지식부터~~~

한글은 음절갯수가 수천개에 달하지만 중국어는 음절갯수가 불과 400백개를 살짝 넘기때문에 동음이의어가 넘쳐나고, 이렇게 동음이의어가 많다보니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이 유난히 많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어도 말장난이 많은데(그래서 이러한 말장난을 가리키는 영어표현(Pun)조차 있을 정도) 영어의 말장난은 동음이의어보다는 다의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색다르지요(영어는 다의어의 정도가 한국어/중국어/일본어보다 쎕니다). 근데 이러한 말장난은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 사라져 버리지요.

전 오늘 새벽까지 단숨에 재폭설시분 5화를 달렸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오뢰님의 별명이 顿挫(둔추어)로 나오는데, 이 부분은 중국어 특유의 말장난이라서, 한국어로 번역할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많은 분들이 모르고 넘어갈수밖에 없기에 소개합니다. 중드에서 별명을 이름처럼 부르는 경우는 참 특이 케이스인데 이 별명에 복선이 있기에 이런 설정이라고 짐작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남주의 이름은 林亦扬(린이양)입니다. (이해표현상 중국어발음으로 적음). 근데 중국어에 抑扬顿挫(이양둔추어)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 표현은 '소리의 고저/높낮이'라는 뜻입니다. 이 표현의 抑扬(이양)이 남주의 亦扬(이양)과 동음이의어입니다(성조조차 동일). 그래서 남주의 이름을 들으면 抑扬顿挫라는 표현이 자동 연상될수 있습니다(물론 한국인은 아니지요ㅋ). 한국인이 어디서 '난 이제 지쳤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으로 땡벌~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근데 별명은 통상 2자여야 하니까 남주를 부를때 뒤의 두자만 따서 顿挫라고 부릅니다.

근데 이 顿挫에는 복선이 있는데, 抑扬顿挫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소리의 고저/높낮이이지만 顿挫로 분리해서 쓰면 그 의미가 달라져서 '갑작스런 좌절, 잠시 멈춤, 전환'을 나타냅니다. 즉 남주의 별명은 남주가 당구를 그만 두었지만, 다시 당구를 재개할거라는 복선을 깔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