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민선생님의 백신영어카페에 뜬 글을 퍼옵니다. 외국어공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신 분이면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내용에 대한 좋은 리플이 있어 퍼옵니다. polyglot님의 리플에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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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 )
선생님의 책을 1주 전에 구입하고 오늘 가입하네요.
저는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입니다.
어렸을 적 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서적을 많이 봤는데요.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라는 책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시행하지 못하고 어느 덧 본과 4학년에 올라왔는데, USMLE 에 관심이 있어
영어 배우는 것을 알아보다가 선생님의 책을 알게 되어 구입했고, 오늘 회원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사실 여기 카페까지는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방법, 그리고 하인리히 슐리만의 방법, 그리고 영절하, 그리고 리양의 크레이지 잉글리쉬 등
그 모든 것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들을 썼을 때 잘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이해가 갔습니다. 예를 들면 저도 영문법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은 단기간에 빠른 작문실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글들을 접하고 문장구조를 저절로 깨우치고 문법감각을 습득할 시간이 우리에겐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방법은 완전히 소리와 읽기에 중점을 둔 영어 습득 방식도,
완전히 옛날 방법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두 가지 방법의 장점을 모두 적절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산병원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려 하는데, 토플 점수가 109점 이상 필요해서 다시 영어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관사의 처리에 있어서 너무 애매한 점이 많아서 고민하면서 3일을 허송세월하다가 선생님의 카페에
가서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에 왔는데, 우연히 블로그에서 선생님도 역시 관사때문에 처음 미국에서
많이 고생하셨다는 글을 읽고, 내가 이상한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살짝 obsessive 하신 성격이 오히려 많은 독자들에게는 시원한 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여쭈러 오겠습니다. 아무쪼록 고명하신 선생님을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접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디 하시는 일 번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후에 보니 영절하에 대해 선생님이 상당히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실 그런식으로 2달만에 어쩌구 하는 문구들은 어렸을때 부터 거의 무시하는 편이라서요...
큰 피해는 없었지만, 에코잉, 쉐도잉 등의 개념을 그 시절에 거의 처음 대중적으로 제시햇다는 점에서
의의를 느낍니다. 사실 저도 한 6개월 허비햇던 것 같은데 덕분에 그래도 발음과 미세한 듣기는 -당시
중학생으로서 단어사이에 생략되버리기도 하는 여러 연음들을 모두 잡아낼 수 있었던 건- 상당한
수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뒤돌아보는 거지만, 정말 저자가 말하는 1,2,3 단계가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특별한 비법도 아닌데, 무슨 비법처럼 생각하면서 지나치게 세세한 방법론에 얽매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 와서 그 단계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면 무엇이 취해야 하는 것이고, 무엇이 취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지만, 그건 뒤돌아 봤을때 얘기고, 만약 진짜 초보자가 무작정 하려고 하면 많은 좌절을
느낄 것입니다. 저도 하나하나의 단계들에 포함된 여러 요소들을 분석해 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
아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쭙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보면, 성인과 아기가 언어를 익히는데 서로 다른 뇌의
영역을 사용한다는 글이 있습니다. 그것이 f MRI 로 증명이 되었다는데, 정말로 확실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그리고 여러 정황상 분명 모국어도 이런식으로 익혀질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nurture theory 쪽인 것 같습니다 ; (제 경험상 nature theory 의 language acquisition device란 것은 결국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사고능력인 것 같거든요. 유추능력, 추론능력, 등등.. 제 경험상 이런식으로 언어를 터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요. 다만 자극이 아기들은 원낙 방대하고 할일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복잡한 생각도 없고)
어쨋든 진짜로 이런 연구결과가 journal 에 publish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참... 오늘 와서 여러가지 질문 무례하게 하는 점 용서해주십시오.
다만 오랜기간 궁금했던 것이라, 이렇게 선배님께 실례를 범합니다. ㅜㅜ
성인과 아기가 서로 다른 뇌를 쓴다는 것은 예전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사실입니다. 이부분에 대해선 학자들도 이견이 없는 정설입니다. 요즘 Journal에는 이미 확정된 사실에 대하여,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논문들이 나오고 있는 단계죠.. 사실 모국어는 청소년기에 이미 완성이 됩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이후에는 언어를 배울 이유가 없기때문에 언어회로가 닫혀버린다는 설이 진화론자들사이에서 나왔죠.(인간의 진화의 역사상 제2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건 극히 최근의 일임). 어쨌거나 특정시기에 단백질을 포함한 생리적인 변화가 수반되면서 우리의 뇌가 언어유연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생물학계에서 증명되었구요, 모국어는 언어습득만을 위해 전문화된 소위 언어영역회로를 사용하지만(언어영역의 신경세포의 구조는 다른 영역의 뇌의 신경세포와 차이가 있슴) 제2외국어는 변두리회로를 사용하기때문에 처리속도가 늦어진다는 학설도 있지요.
안녕하세요 ^^
죄송하지만 혹시 journal 의 이름이나 article의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생의학 journal이라면 pubmed에서 찾아보려구요.
이미 확정이 되었다면.. 상당히 권위있는 생의학 저널에 실렸을 텐데...
또 혹시 가능하다면 실린 journal이 얼마나 권위있는 journal인지 impact factor 또한 알 수 있을까요? ^^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요... 사실 모국어만큼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여지껏 영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는데
가능성 부터 차단된다면 저에겐 너무 가혹한 일일 거 같아서 흑 흑 ㅜㅜㅜㅜ
이건 거의 20년전에 봤던 원서들에서도 나온 내용입니다. 국내엔 관련도서가 없다보니 제가 미국/일본 출판물들을 구해다가 읽었고 쌓아둘데가 없다보니 버린 책도 많구요, 원서들이라 내용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만약 고수민님이 답변을 다신다면 전 답변을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이런 내용정도는 구글링하면 나올 꺼 같습니다. 하다못해 위키피디아에서도 관련내용은 검색이 가능할 겁니다.
ps: 개인적으로 외국어는 원어민만큼 할 필요성을 전혀 못느낍니다. 준원어민수준이라도 불편이 없거든요.
찾았네요. 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의 neurology 파트에서 1997년 july에 nature에 publish 한 article에 있네요.
ㅜㅜ 헉헉 이걸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저 빨간색과 노란색의 위치가 분명히 다르네요. ㅜㅜ
Distinct cortical areas
associated with native
and second languages
KarlH. S.Kim*†,NormanR.Relkin†,Kyoung-Min Lee*†&
Joy Hirsch*†
ㅜㅜ kim 이라는 거 보니 한국인이 썼나봐요 subject도 Korean-English 이렇게 되있고
아, 깜빡했네요. computer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논문 봤네요 ^^
한 가입인사 하시는 분이 오셨네요~
방장님(고수민 선생님)께 질문을 하셨으니 글을 보시는 대로 유용한 답변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지나가던 저도 한 말씀 올릴까 합니다.
우선 말씀을 들어 보니 영어 학습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도 노력도 많이 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으로 글을 올리기는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들 대부분이 정확하고 또 바람직하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문법은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다만 문법을 위한 형식적인 문법이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문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법 구문만을 억지로 외우면 잘 외워지지도 않고 지겹기도 하죠. 따라서 문법 참조 자료를 참고는 할 수 있게 준비해 놓되 이를 재미있고 흥미로운 문장 속에서 익혀야 합니다. 문법을 익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서, 어떤 한 작가 (책, 드라마 등)의 문장을 지속적으로 접하면 공통적인 패턴들이 나옵니다. 원어민과 대화를 할 때에도 한 사람하고만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의 말투를 닮아가게 됩니다. 사용하는 어휘와 문장 구조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문법을 먼저 익히고 독서를 하면서 책 속의 수 많은 문장에서 그 전에 미리 익혔던 구문들을 발견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반복되어 나오는 어떤 문장의 패턴을 익힐 수도 있습니다. 어휘의 습득도 마찬가지고요. 각자 맞는 스타일로 가면 되겠죠.
관사에 대해서는 본 카페에서도 보실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부정관사 > 정관사 > 무관사 순으로 범위 영역이 좁아가거나, 또는 구체적 개념이 추상화되어 간다고 보시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1) I am in a school.
2) I am in the school.
3) I am in school.
이라는 문장들이 있다면 1)은 내가 학교 건물 안에 있는데 그냥 어떤 한 학교면 되는 거죠. 그런 학교는 여러 개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2)는 ‘그 학교’니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알고 있는 학교, 또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자기가 다니는 학교 정도가 되겠죠. 하나 밖에 없겠죠. 3)의 경우는 학교 건물과 같이 구체적인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추상적인 의미를 띠어 학교를 다니는 과정에 있다, 즉 학생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러한 학교는 자신의 머리 속에만 존재할 것입니다.
잘 쓰지는 않지만 혹시 ‘play a piano’ 라고 한다면 실제 악기라는 사물로서 어떤 피아노를 한 대 연주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인 ‘play the piano’라고 한다면 피아노라는 물건이 아니라, 어디에 놓여 있는 피아노가 되었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피아노라는 그 집합적인 악기를 포괄한 개념의 대상으로서 연주한다는 뜻이됩니다. 그리고 정관사와 무관사는 그 개념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문장에서 정관사 대신 무관사로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다른 여러 예가 있겠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생략하겠습니다.
도대체 ‘영절하’가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네요. 서점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 번 훑어봐야겠습니다. echoing이나 shadowing이 사실 그리 대단한 개념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중학교 들어가서 오디오 테이프로 처음 영어를 연습할 때부터 그 두 방법을 다 썼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용어가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사실 두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 또는 한 어구를 정확이 다 듣고 나서 천천히 따라하기, 그게 다 잘되면 들으면서 바로 따라하기, 그게 별 문제가 없으면 아예 오디오 테이프의 내용과 똑 같은 속도와 박자로 동시에 맞춰서 읽기를 했습니다. 어떤 방법이 되었건 그저 본인이 학습 효과에 맞는 적절한 연습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제도 제가 비슷한 글을 썼었는데, 소리 내어 낭독 연습을 할 경우 몇 십 번 몇 백 번 무조건 많이만 반복한다고 그 양에 비례해서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낭독하는 과정에 있어 항상 그 내용을 음미할 수 있을 정도로 지각이 있어야 하고요, 읽은 내용(문장)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익숙하고 편안해지면 그 부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 다음 내용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나중에 돌아와서 전체적으로 다시 읽어 볼 수도 있습니다.) 말씀대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해당 내용의 뼈대(단어, 어구 등)를 중심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여러 가지 세부사항을 익혀가면 단기간에 정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관사나 동사의 인칭에 따른 어미 변화, 관용적인 어구, 그 밖에도 억양이나 미미한 뉘앙스까지 연구할 수 있다면 말이죠. 다만 처음부터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만족스럽게 하려면 그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수하는 게 두렵거나 불쾌해서 아예 입에서 말을 뱉지도 못한다면 말이죠.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기분으로 시작해서 각 단어가 제대로 읽혀지면 그 다음에는 문장 구조와 전체적 의미, 그리고는 문법적인 세부사항, 그리고는 억양의 고저 등, 한 가지가 익숙해지면 그 다음 한 가지 조건을 덧붙이는 식으로 다듬어 가면서 의식적인 행위를 차례 차례 잠재의식으로 보내는 거죠. 그것이 반복이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 일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이러한 과정을 따로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외국어를 정말로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고 싶고 또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고 싶으면 작문을 많이 하면 됩니다. 반복하여 낭독하기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많이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은 원어민이라고 해서 모두 다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논리와 구조적 균형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로 연습과 수련이 필요한 언어 학습의 최종 단계라고 볼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이미 고수민 선생님 책에서도 보셨고 위 computer97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와 성인의 언어 습득 과정과 방법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뇌의 같은 부분을 사용하지도 않겠죠.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성인의 외국어 학습이 어린 아이의 모국어 학습법을 따라갈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어린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환경과 청소년기를 지난 성인이 외국어를 배우는 환경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는 태어날 때 뇌의 생물학적 생존의 논리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생후 신체 각 부위의 감각기관을 통해 여러 가지 자극을 경험하면서 뇌 신경 체계를 확립해 가겠죠. 언어도 그 중 일환일 뿐이고 쉽게 말하면 논리의 체계가 없는 ‘뇌’라는 백지에다가 모국어라는 구조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뇌는 그 후 이 경로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계산하겠죠.
언어 습득 과정에서도 어린 아이는 완벽한 몰입 환경에 둘러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대화 상대로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원어민이 언제 어디서나 아주 풍족하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 형, 누나, 유치원 선생님 등). 필요와 호기심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단어를 배우고 이를 부모에게 (또는 조금 더 커서 동년배 친구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제대로 된 어순을 서서히 익혀가게 됩니다. (틀리면 부모가 옆에서 바로 고쳐주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성인의 외국어 학습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필요성이나 동기가 모국어에 비해 훨씬 낮고 심지어는 해당 외국어가 사용되는 나라에서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살 수는 있습니다. 이미 모국어라는 생존 또는 방어체계가 확립되어 있으니까요. 모국어와 비교하면서 외국어를 구사할수록 좌절도 하게 되고 의욕도 상실하게 됩니다. 모국어라는 생존 논리가 외국어를 비판하고 적대시할수록 그 흡수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열린 마음으로 모국어와 외국어 상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호기심과 관심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언어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어린 아이와 성인이 동시에 같은 외국어를 배우면서 같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할 경우 일반적으로 성인의 학습 효율이나 속도가 더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제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요, 예전에 하버드의 Catherine Snow라는 한 교수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입니다. 다만 성인의 경우 사회 생활의 여러 가지 제약이나 동기 부족 등으로 중간에 외국어 학습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체면 때문에 실수를 두려워하고 이러한 요소들이 학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반면에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논리적 비판력이 떨어지는 만큼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두려움 없이 수 많은 실수를 통해 외국어의 정확한 체계를 잡아가므로, 일반적인 결과로서는 소수 특수한 상황에 있는 성인을 제외하고는 아이가 먼저 외국어의 기본을 습득하게 됩니다.
언어 습득의 유연성이 청소년기에 이미 확립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인간이 그 나이에 이미 신체적으로 완숙되고 생존에 필요한 전반적인 조건을 갖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생존에 필요한 방어체계가 확립되면 또다른 새로운 체계의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나 동기 면에서 큰 자극을 받기 어렵죠. 우리가 모국어를 배울 때에는 정말로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이 되는 밑바닥 ‘개념’부터 몸에 익히기 때문에 그러한 정보는 본능에 가깝게 활용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뇌의 신경 조직 또한 매우 조밀하게 형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기본 개념들 위에 그보다 추상적이고 상위적인 개념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게 됩니다.
그에 비해 외국어는 뇌신경 안에 생존에서의 우위의 자리를 이미 모국어에 빼앗긴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모국어보다는 덜 효과적인 주변 위치에 신경 조직을 형성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언어 신경 네트워크도 훨씬 덜 체계적이고 덜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개념 전달 경로도 감각 기관이 대상(사물)을 인지하고 그것이 바로 그에 해당하는 외국어의 개념으로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라는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집 앞 길거리에서 옆집의 바둑이를 보고는 ‘개’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dog’라는 단어는 이를 거친 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해당 사물의 이름을 한국어로는 모르고 영어로만 안다면 부분적 예외가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뇌 속에 저장된 모국어의 언어 체계가 생존에 거의 불편이 없을 정도로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외국어로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모국어 수준으로 외국어를 구사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국어 수준으로 외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문법적 정확성, 어휘 및 표현력의 풍부함, 이들을 전달하는 (듣기 말하기) 속도 등을 고루 만족시켜야 하므로 어느 한 가지만 발달했다고 해서 모국어와 동등한 활용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표현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에 비교하자면 모국어는 (2진수로 구성되는) 기계어가 될 것이고 외국어는 C언어, 파스칼, 코볼 등등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모국어 정보는 메인 메모리칩에 상주하므로 바로바로 신속히 사용 가능한 반면, 외국어 정보는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마다 불러다가 사용하므로 속도가 훨씬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소프트웨어를 실행(언어를 통한 의사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죠.
외국어를 배우면서 구문 연구를 위해 학습의 방편으로 모국어와 비교하는 것은 학습 초기 단계에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어 구사의 효율에 대한 기대치를 모국어와 비교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기 좋은 위험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외국어가 되었건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모국어의 수준이 아니라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초면에 장황한 글로 실례가 많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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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회원 승급이 하루 정도 걸린다기에 급하게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 선생님이 아니면 알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 소리내어 읽기를 할 때 말입니다. 제 경험상, 의미를 생각하면서, 누군가에게 설명해 주면서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야 나중에 그 내용을 제가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만약 읽되 소리만 내면서, 머리는 전혀 굴리지 않으면, 그냥 소리로 끝나버리고 머릿속에 의미는 전혀 들어오지 않으며
후에 그것을 내가 다시 만들어 낼 수 도 없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왠만큼 많이 읽어도, 복수를 표현하는 -s, 여러가지 the, a 등의 관사의 쓰임
이런 정말 좁쌀만한 것들은 의미를 새기면서 읽으려 하지 않고 무작정 읽게 되면 정말 끝까지 익힐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개 초반 몇달에는 읽을때 무의식적으로 큰 의미들만을 이해하면서 읽기 때문에 이런
세세한 것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의식적으로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부분은
영영 놓치게 되더라구요. 설사 모르더라도 자꾸 주의를 기울여 놓은 부분들은 나중에 표현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아 이런 용도로 쓰이는 구나. 하고 이해하게 될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정법 등의
시제를 거의 모두 이런식으로 익혔거든요.)
어쨋든, 쓰다보니 횡설수설 하는데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소리내어 읽을 때, 무작정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읽으려고 해야, 그 표현들을 나중에
내가 다시 꺼내어 쓸 수 있다. 그냥 진짜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거의 진전이 없다."
"a, the, 복수의 쓰임 등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읽어야지, 그 표현들의 정확한 용법을 알게 되고, 나중에 내가 직접
그것들을 제대로 비교적 정확하게 쓸 수 있게 된다. - 만약 어느정도 말문이 트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이것이 오히려 전
진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으나, 지금 제가 원하는 단계는 이런 것들을 안틀리고 비교적 정확하게 유연하게 입에서 술술
나오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이 소리내어 읽기 + 저런 detail에 까지 주의를 기울여서 의미를 음미하며 읽기, 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으아으아, 정말 이런 추상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이 선생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부탁드려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