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칼럼/게시 스크랩

[스크랩]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computer97 2008. 1. 28. 17:38
여기에 글을 쓸까 하다가도, 게시판의 제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범접하기가
힘들더군요. 외국어 공부에 과연 '비결'이란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전 일문과를 올해 2월 졸업하고, 내년도에 일본의 IT회사에 취직이 결정된 취
업준비생입니다. 영상번역일의 아르바이트를 했고, 모 출판사에서 번역 아르
바이트도 2년 정도 했습니다. 번역가의 평균수입을 깨닫고 방향을 틀어서 IT
쪽으로 가게 되긴 했지만요.

제가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한 건 대학교에 들어가서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겨우 다 외우고 간단한 여행회화 정도나
알고 있었죠. (안녕하세요~. 얼마에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정도.)
유학을 가거나 한 적은 없고, 합쳐서 한 달 정도 일본여행을 한게
일본생활의 전부입니다. 믿기 힘드시면 여권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단 불러내셔서 맛있는 밥 사주셔야 합니다. ^^;

일문과를 선택했을 때부터 '내 장래는 일본에 관련된 일, 아니면 일본어 관련
으로 먹고 살겠다.'고 결심했었기에... 학교 다닐 때도 특별한 부전공한 게 없
이 그저 전공 공부만 하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학기에 교양 채우느라
고생했죠.)

거기에 제 모교의 교수님들께서 정말 무지막지하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일주일 안에 단편소설 한 편을 손으로 베끼고 번역해오기 같은 걸 하던 당시는
피눈물이 났지만, 정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분들께서 해주신 잔소리 덕에 기반이 튼튼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를 처음 공부할 때, 누군가가 이끌어준다는 것만큼 마음 든든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배울 때는 그 선생님의 실력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하라는대로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독학으로 처음 일본어를 접하시는 분들은 여기 선생님들이 하라는대로
'무.조.건' 하세요. 선생님은 카미사마입니다.(엎드려 절하실 필요까진 없더라도.)
"내게는 좀 더 맞는 공부방법이 있을 거야."라든가, "뭐, 여유롭게 하지."라는
자세로 공부하는 건, 중급 수준 이상이 되어서야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선생님이 하라는 걸 하고 나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은 쉬는 시간에 한다는
식으로 하시지 않으면... 좀처럼 늘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쇼프로를 보면서 '이것도 공부야.'라고 생각하시는 건 좋지만,
어디까지나 '정통파 학습방법'의 할당량을 완수한 뒤의 문제입니다.
변칙으로 익힌 일본어는 변칙의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당장은 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아끌게 됩니다.

애니메 보면서 '내가 좀 알지.'라고 으스대는 아마추어 번역가들을 많이 봤습니
다만, 애니메에 나오는 어휘량은 일본 중학교 교과서의 어휘량보다 적습니다.
(단지 비속어나 작품내의 특수용어가 좀 섞여나온다 뿐이죠.)
애니메의 직청직해가 된다고 으스대다간 고수에게 왕창 깨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놈은 멋있었다.'를 보고 한국어 공부한 일본인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보고 공부한 일본인의 어휘량이 비교가 되겠습니까? (예입니다. 예..^^;)

JPT점수에 관한 조언은 딱히 드릴게 없습니다. 일정점수를 목표로 '속성이라도
몇 점 이상만 넘기면 돼.'라고 생각하시는 분과, '난 일본어 실력을 꾸준히 쌓
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의 공부방법이 같을 수는 없죠. 어느게 바람직하냐가
아닌, 자기 인생에 있어서 일본어의 비중이 어느 정도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요령을 원하시는 분은, 다른 많은 분들의 조언이 있으신 줄 압니다. 파트별
분석자료도 이 카페에 많이 있구요.

만약 후자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JPT를 매달 치르면서, 점수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외국어 실력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급격히 늘지 않습니다.
그 때 그 때 시험의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너무 신경쓰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더군다나 JPT라는 시험 자체가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는게 아닙니다.
자신이 무얼 틀렸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파트별 점수도 안 나오는 시험이 점수
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JPT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공부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마라토너들은 항상 시야에 들어오는 무언가를 목표로 달려
간다고 합니다. 시합 전체의 장기플랜이라는 기반 위에서 단기목표를 정하고 움직
이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적당한 단기목표의 간격은 4~6개월 정도의 텀입니다.
700점대 중반 이상의 분이라면 한 달에 10~20점 상승 정도를 목표로 공부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반 년 뒤에 100점을 올리겠어!"식으로요.
저도 작년 7월 첫 시험(840)부터 올해 11월 시험(980)까지 140점을 올렸습니다.
8개월 간격으로 시험 본 결과죠.

점수에 집착하면 오히려 더 안 오릅니다. 초연하세요. "내가 공부하면 지까짓게
안 오르고 배기겠어."라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나빠도 초조해하지 마세요. 배운게 어디로 가지 않습니다. 그저 출제자의
방향성이 자기와 안 맞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독해에 관해서는 '좋은 책(명작소설)을 많이 읽어라.', '다음 뉴스보다는 아사히
닷컴에 친숙해져라.', '좋은 사전은 최고의 텍스트.'이 세 가지를 중점으로 하시고.

청해에 관해서는 'J-POP이 세계 최고의 음악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라.(웃음)',
'NHK월드 뉴스캐스터의 이름을 전부 외워라','일본 라디오는 내 마음의 쉼터(웃음)'
식으로 공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인터넷으로 일본현지 웹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http://www.peercast.org 입니다.
최고의 장점은 일본현지에서 방송해주는 걸 실시간 인코딩으로 보내준다는 거죠.
시보(時報)까지도 거의 똑같습니다.
퍼스날리티의 '보케'에 '츳코미'를 넣으실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세요. ^^

그럼,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모두들 원하시는 수준까지 일본어실력
이 오르시길 빌겠습니다.
출처 : JPT 완전 정복
글쓴이 : 모노브레인 원글보기
메모 : 제가 많이 활동하는 JPT완전정복카페에서 인상깊게 본 글입니다. 물론 제가 여태까지 본 점수중에 역대최고점수(980점)이시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