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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비교_No3] 한중일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성씨

computer97 2022. 11. 5. 17:23

우리나라 성씨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성을 따르는데 이것은 대한민국 민법에서 그렇게 규정하기 때문에 임의로 모계의 성을 쓸수 없습니다 (단 모친의 동의하에 가능). 한국의 성씨문화는 다들 잘 인지하실테니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은 하나의 가족은 하나의 성씨만 허용됩니다. 일본은 법적으로 부계쪽 성씨나 모계쪽 성씨를 골라 쓸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출가하면 남편의 성씨를 따르기 때문에 흔히들 여권이 약해서 그런걸로 오해하시는데 사실 여권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애초에 일본법이 가족은 단일 성씨를 쓰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에 결혼할때 가족성씨를 정해서 배우자도 그 성씨를 따라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일본의 이러한 '가족 성씨'의 개념은 씨족사회의 흔적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봉건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씨족사회를 유지해 왔습니다. 우리가 종종 김씨, 이씨라고 호칭하곤 하는데 여기에 쓰인 '씨'가 바로 '씨족'사회의 흔적입니다^^. 즉 '김씨'는 '김이라는 성을 가진 씨족'이라는 의미인거죠..

 

다만 일본에선 거의 대부분이 부계쪽 성씨를 따르기 때문에, 모계쪽 성씨를 쓸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드뭅니다. 따라서 결혼할때 서로 합의만 하면 모계쪽 성씨를 가족성씨로 정할수 있고 이러면 자녀들도 모계쪽 성씨를 따르는건 물론이고 당연히 남편도 아내의 성씨를 따라야 합니다.

 

부연이지만 일본에서 성씨가 없는 가족이 딱 하나가 있으니 바로 천황가입니다. 성씨는 가문을 구분하기 위해서 메이지유신때 만들어졌는데 천황가는 굳이 성씨로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임의로 성씨를 만들다 보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씨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이 무척 적어서 호칭으로 성씨를 쓰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이것은 통상 이름을 호칭으로 쓰는 한국/중국에선 볼수 없는 현상인데 한국/중국은 같은 성씨가 워낙 많아서 성씨를 호칭으로 잘 쓰지 않습니다. 근데 일본에서도 이름을 호칭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호칭 자체가 친밀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성에게 자신의 호칭을 이름으로 부르도록 허락하는 것은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친밀한 관계도 아닌데 상대를 이름으로 호칭하면 예의에 어긋납니다.

 

중국은 일단 결혼한다고 상대방의 성씨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선 한국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자식에게 부계 또는 모계의 성씨 어느쪽이든지 허용 가능하다는 점에선 일본과 동일합니다. 근데 중국은 일본과 다른 점이 있으니, 중국에선 하나의 가족에 하나의 성씨만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성씨문화가 있는데 중국은 일본의 '가족 성씨'의 개념이 없다보니 자녀가 둘이라면 한 자녀에게는 부계 성씨를 쓰고 또다른 자녀에게는 모계 성씨를 쓰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친형제끼리의 성씨가 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ps) 한중일 성씨와 서양 성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집단을 중시하는 아시아권에서는 성씨가 이름 앞에 나오고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에서는 성씨가 이름 뒤에 나온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성씨는 '가문'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름에서 성씨의 위치만으로도 아시아권의 개인보다 가문을 중시하던 전통을 느낄수 있습니다^^